·8 min read·AI·

청바지를 파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AI 골드러시 시대, 곡괭이를 팔 것인가

폭주의 시대

요즘 유튜브를 열면 클로드 코드, AI 에이전트, 바이브 코딩 영상이 조회수 몇만을 찍고 있다. 예전 같으면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나 돌던 주제가 이제 일반인의 추천 알고리즘에 올라온다.

이 열기를 보면서 기시감이 든다.

뭔가가 터질 때마다 한 방향으로 우르르 몰리는 그 특유의 에너지. 한국 사람들은 정말 열심히 산다. 이게 되나 싶으면 일단 달려보고, 안 되면 다음 걸 찾는다. 그 속도와 실행력은 진심으로 대단하다.

AI 자동화도 지금 딱 그 국면이다.

모두가 금을 캐러 간다

비개발자가 클로드 코드로 SaaS를 만들고, AI 에이전트로 업무를 자동화한다. 유튜브 댓글에는 "저도 만들었어요"라며 URL이 심심치 않게 달린다. 사람들의 눈이 반짝인다. 그리고 모두가 같은 질문을 한다.

"이걸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AI를 배우는 진짜 목표는 수익화다. 나만의 서비스를 만들어서 결제를 붙이고, 월 몇백만 원의 수익을 올리는 것. 유튜브 썸네일에 찍힌 그 숫자들.

하지만 현실은 좀 다르다.

수익화라는 환상

서비스를 만드는 건 시작일 뿐이다. 진짜 허들은 그 다음에 온다.

만드는 건 됐다. 그다음이 문제다. 사람들이 왜 이걸 써야 하는지 설득해야 하고, 쓰다가 떠나는 사람을 붙잡아야 하고, 돈을 낼 만큼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 이건 프롬프트 몇 줄로 해결되지 않는다.

고객 한 명이 결제 버튼을 누르기까지의 여정은 코드 밖에 있다. 불만을 듣고, 피드백을 반영하고, 안 되는 걸 안 된다고 인정하고, 그래도 계속 개선하는 것. 이 지루한 반복을 AI가 대신해주진 않는다.

그리고 가장 불편한 진실. 뚝딱 만든 건 남들도 뚝딱 따라 만든다.

AI로 하루 만에 만든 서비스는, 다른 누군가도 AI로 하루 만에 복제할 수 있다. 아이디어만으로는 해자가 되지 않는 시대. 아이디어의 가치가 0에 수렴하는 시대. 그래서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그것만으로 사람들에게 돈을 내고 쓰게 할 만큼의 가치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도 강의에 몰린다

재미있는 건, 사람들이 이런 현실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바이브 코딩으로 수익화", "AI 자동화로 월 백만 원" 같은 강의에 몰린다는 거다.

눈치가 빠른 거다. 돈이 어디로 흐르는지, 다음 파도가 어디서 오는지를 감지하는 능력. 한국 사람들은 이게 정말 빠르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창업이든 — 흐름을 읽고 올라타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사는 반복된다.

청바지를 팔아라

골드러시에서 살아남은 건 금 캔 사람이 아니라 리바이스였다는 건 누구나 아는 얘기다. 지금 AI 골드러시에서도 같은 구조다.

모두가 똑같은 금을 캐러 달려갈 때, 그 사람들에게 필요한 걸 파는 쪽이 이긴다.

툴. 템플릿. 교육. 인프라. 자동화 SaaS.

금을 캐는 사람이 늘수록 이런 것들의 수요는 확실해진다.

그래도 만들어보는 건 가치 있다

오해하지 말자. 바이브 코딩을 익히고, 제품을 만들어 출시하고, 결제까지 붙여보는 경험 자체는 진짜 훌륭한 도전이다.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들 — 제품 감각, 사용자 이해, 기술 리터러시 — 은 어떤 강의보다 값지다.

AI로 자기만의 창작물을 만들어 플랫폼에 올리는 것도 좋다. 전자책, 템플릿, 디자인 에셋, 음악. 플랫폼이 유통을 대신해주는 시대니까.

하지만 냉정하게, 원래 그 일을 하던 사람이 아닌 사람이 계속하기란 쉽지 않다. 처음의 열정은 뜨겁지만, 반복과 개선의 루프를 돌리는 건 열정만으로 되지 않는다. 그건 그 일에 대한 애정과 집요함, 그러니까 **업(業)**이 있어야 가능하다.

진짜 살아남는 사람

결국 이 파도가 지나고 나서 남는 사람은 두 부류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청바지를 파는 사람. 흐름을 읽고, 몰려드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는 사람.

다른 하나는 오래전부터 꿈꿔온 일이 있던 사람. 하고 싶은 건 있었지만 기술이라는 벽에 막혀 있던 사람. AI를 만나 그 허들을 뛰어넘어 자기 일을 시작한 사람. 이 사람은 유행이 지나도 계속한다. 왜냐면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이니까.

트렌드를 따라 시작한 사람은 작은 좌절 하나에 쉽게 접고, 다음 트렌드가 오면 미련 없이 떠난다. 하지만 꿈을 위한 도구로 AI를 만난 사람은 떠날 이유가 없다.


지금 이 순간, 모두가 금광으로 달려가고 있다. 그 에너지는 대단하고, 그 실행력은 존경스럽다.

다만 한 발 물러서서 생각해보자. 나는 금을 캐러 가는 건가, 청바지를 만들러 가는 건가. 아니면,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그 일을 드디어 시작하려는 건가.

답이 마지막이라면, 지금이 최고의 타이밍이다.

0jin 서명

20년차 개발자. AI 시대의 경험과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