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컨테이너를 발명할 수 있을까
문학적 지식과 경험적 지식의 차이, 그리고 AI가 넘지 못할 수도 있는 경계에 대하여
인공지능은 글자를 읽고, 세상을 알아가고 있다
우리는 마침내 컴퓨터가 세상을 알아보게 하고,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게 하려는 오랜 시도 끝에 인공지능을 만들어 냈다. AI는 세상의 모든 문자와 책, 그림, 영상을 학습하며 세상을 알아가고 있다.
하지만 글자와 경험은 다르다.
우리가 평가절하해 온 것
우리는 경험적 가치를 문학적 가치와 비교해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다. 학위를 가진 사람의 분석은 높이 사고, 현장에서 수십 년을 보낸 사람의 직관은 가볍게 여기곤 한다.
하지만 실제로 세상을 움직여 온 것은 이론이 아니라 경험이었다.
경제학자가 경제를 만든 적은 없다. 그들은 이미 만들어진 경제를 후행적으로 분석하거나, 과거 데이터로 미래를 예측할 뿐이다. 시장을 만든 건 현장에서 물건을 사고팔던 상인들이었고, 산업을 바꾼 건 공장에서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던 사람들이었다.
대학이 자동차를 만든 게 아니라 포드가 조립라인에서 만들었고, 논문이 아이폰을 만든 게 아니라 잡스가 사용자 경험에 대한 집착으로 만들었다. 우리의 생활을 실제로 바꿔 온 것은 언제나 현장에서 부딪히며 답을 찾아낸 사람들이었다.
책에는 없는 판단력
한 사업가는 이렇게 말했다.
100쪽짜리 기업 평가서보다, 그 기업을 한 번 둘러보면 인수할 만한 곳인지 아닌지 한 번에 안다.
사람을 만나면 이 사람이 일을 잘할지 몇 마디만 나눠봐도 안다. 회사를 둘러보면 이 회사가 성공할지 느낌으로 안다. 누군가 사기를 치고 있는지도, 대화 몇 번이면 감이 온다. 그 판단력은 어떤 책에서도 배운 적이 없다고 했다. 수십 년간 수많은 기업을 보고,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몸에 새겨진 것이다.
누군가는 이것을 직관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감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본질은 같다. 반복된 경험이 만들어낸,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앎이다.
컨테이너를 발명한 것은 이론이 아니었다
미국 항구 도시의 한 사업가가 컨테이너를 처음 생각해냈을 때, 그의 동기는 단순했다. 현장에서 배에 실은 물건을 하나씩 내리는 게 아니라, 한 번에 더 많이 내리고 싶었을 뿐이다.
그가 공부한 어느 책에도 컨테이너 같은 물건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낸 컨테이너로 해운과 무역은 혁명적인 변화를 맞았다.
이것은 이론에서 나온 혁신이 아니라, 현장의 불편함에서 태어난 혁신이었다.
AI는 그런 컨테이너를 만들 수 있을까
AI가 컨테이너를 발명하려면, 먼저 현장에서 주어진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하면서 일해야 한다.
100기의 로봇을 현장에 투입하여 반복된 일만 시키고, 1기의 생각하는 로봇에게 그 현장을 분석하고 효율을 찾으라고 하면 — 과연 가능할까?
전체를 보지 못한 경험을 AI가 스스로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경험을 실제 세상에 적용할 수 있을까?
우리가 다시 봐야 할 것
우리는 그동안 문학적 지식의 가치는 높이 평가하면서, 경험으로 쌓인 경력자의 가치는 평가절하해 왔다.
AI 시대에 정말 중요해지는 것은 어쩌면 책에 쓰여 있지 않은 것들 — 현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감각, 맥락, 직관 — 일지도 모른다.
AI가 모든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시대에, 글자로 옮길 수 없는 경험의 가치는 오히려 더 높아지고 있다.

20년차 개발자. AI 시대의 경험과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